도시미관'에 밀린 시각장애인 통행권
기사입력 2009-11-03 09:33 | 최종수정 2009-11-03 12:46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걷기 좋은 거리라더니 점자블록도 안 깔려 있으면 시각장애인은 어쩌란 말인가요."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디자인서울거리'에 깔린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은 모두 검은색이지만 롯데 영플라자~한진빌딩 구간에서만 잠시 노란색으로 바뀐다.
인근 퇴계로 남산한옥마을입구~퇴계로4가역 500m 구간에 조성된 디자인 서울거리에서도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노란색, 한쪽은 검은색 점자블록이 깔려 있다.
공사 도중 점자블록 색깔이 검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약시인 시각장애인들에게 검은색 블록은 주변 도로와 쉽게 구분되지 않고 어두운 색깔 때문에 웅덩이 등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
하지만 이 두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3일 연합뉴스가 서울시의 50개 디자인서울거리 중 완공된 13곳을 현장취재한 결과, 점자블록이 깔린 거리는 남대문로와 퇴계로, 강남대로, 구로구 경인로 등 4곳에 불과했다.
반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관악구청 ▲은평구 통일로 연신내역~은평뉴타운 ▲성동구 상왕십리역~과선교 ▲종로구 대학로 혜화로터리~낙산공원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동소문동사거리 등의 구간에서는 점자블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광진구 어린이대공원~능동소방파출소 ▲강북구 수유사거리~강북구청사거리 ▲금천구 시흥사거리~독산동길 입구 ▲강동구 천호사거리~강동로데오거리 등 네 곳에서는 디자인서울거리 공사로 기존에 있던 점자블록조차 대부분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걷기 편하고 미관상 세련된 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점자블록을 없애버린 탓에 인근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졸지에 나다니기도 어려워졌다.
시흥동에 사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 윤기명(58)씨는 "그 주변에 (내가) 다니는 병원이나 은행이 다 몰려 있는데 이제는 점자블록이 없어져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마음대로 갈 수도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대학로 혜화로터리~낙산공원길 630m 구간은 인도 중간중간 30여㎝ 깊이의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멀쩡한 사람도 자칫 발을 헛디딜 수 있을 모양새였다.
대학로답게 가로수나 조형물, 거대 화단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점자블록 등을 이용한 통행안전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시각장애인의 통행권 보장보다 거리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의 태도다.
실제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장애인 단체의 항의로 점자블록 색깔을 검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꿨지만, 점자블록이 노란색이면 도시 미관상 좋지 않다. 일본 빼곤 이렇게 노란색을 쓰는 곳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점자블록의 색깔을 황색으로 규정하고, 주변 도로의 색과 비슷해 구별하기 어려울 때만 제한적으로 다른 색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북구 관계자는 "점자블록을 없앤 것은 디자인서울거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랐던 것"이라고 밝혔고, 광진구는 "문제이긴 하지만 시의 디자인 심의를 거쳐 만든 것이라 일선에서 마음대로 바꾸거나 수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최근 미관상 이유 등을 들어 보도 정비나 보수 때 점자블럭을 없애는 추세다.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을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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