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화장실 2개면 일반화장실 3개를 만들 수 있어요. 장애인 주차구역도 마찬가지고요. 일부 건물주들은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고 이걸 (비장애인 시설로) 바꾸죠. ‘우리 건물에는 장애인이 오지 않는다’고요.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차근차근 설명하면 수긍하고 시정조치 하더라고요.”
서울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 서초구센터에서 활동 중인 김명곤씨(68)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유지·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단(모니터링단) 전문요원이다. 김씨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지체장애 2급으로, 모니터링단은 전원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모니터링단은 경사로와 점자블록, 휠체어리프트, 장애인 주차구역 등과 같이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점검하고 시정·개선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편의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진행 중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활동 중인 모니터링단은 총 220명이다. 이들 중 133명이 지체장애인이다. 다른 요원들도 뇌병변(24명)과 시각(21명)·청각(9명) 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국비와 시비·구비로 지원하는 일반요원 외에 전문요원이 별도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도입한 전문요원은 전액 시비로 운영된다. 현재 전문요원은 34명, 일반요원은 186명이다.
전문요원은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1~2명씩 배치돼 있는데, 대부분 일반요원 가운데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심이 많거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로 선발됐다.
중구 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성삼씨(58)도 10여년 전부터 일반요원으로 활동하다 전문요원이 됐다. 김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장애인 편의시설 점검은 물론 장애인 주차 단속 등도 한다. 전문요원들은 매년 3월 별도로 모여 우수사례 등을 발표하며 개별 집합교육을 받는다.
모니터링단은 전년도에 사용승인된 건물을 대상으로 매년 실태조사 등을 벌인다. 장애인등편의법상 설치 기준에 적합하게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 및 유지·관리되고 있는지를 점검표에 따라 현장조사하는 것이다.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미흡하게 설치한 경우에는 서울시가 관할 구청으로 통보해 시정조치를 하게 한다. 시정명령을 받고 기간 내에 해당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보고를 보면, 2020년 서울에서 사용 승인된 건물 2384개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98.9%로 집계됐다. 분야별 설치율은 주출입구·전용주차구역 등 매개시설이 99.4%, 점자블록과 유도 및 안내설비 등 안내시설은 99.5%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며 “다만 비치용품(확대경·보청기·점자안내책자) 등 기타시설의 설치율은 91.6%로, 주요 편의시설에 비해 시설용도 별로 필수항목이 아닌 항목은 여전히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각종 선거 때도 맹활약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뒀던 지난해 2~4월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투표소(사전투표소 396곳, 본 투표소 2125곳)를 일일이 조사했다. 장애인 투표권 보장을 위한 투표소 장애인 편의시설 시정조치를 위해서였다.
김명곤씨는 “투표소가 학교인 경우에는 진입로에 턱이 있는 경우들이 꽤 있다. 계단과 문턱이 있으면 장애인들은 당연한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 진입로에 임시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한다.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흡족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일자리사업 중 하나로 시작된 만큼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지급된다. 김성삼씨와 김명곤씨 모두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좋다면서도 그보다는 자긍심 때문에 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성삼씨는 “중구 황학동에 있는 한 건물을 방문한 적 있는데 진입로에 계단이 있고 경사로는 너무 가팔라 관리인에게 애로사항을 이야기했더니 바로 회전식 경사로로 고친 일이 있었다”라며 “나도 몸이 불편하지만 장애인들에게 보탬이 된 것 같아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링크: 장애인 화장실 없앤다?…‘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단’에 딱 걸립니다 -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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