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연상되는 공원은 나무와 벤치가 전부였다. 나무가 있고, 나무 그늘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던 시절이다. 지금 공원을 떠올리면 일단 드넓다. 웬만한 운동기구와 놀이터가 있고, 잔디나 연못도 지녔다. 휴식을 위한 다채로운 버전이 준비된 것 같은 느낌이다. 진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애인 역시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을 갖추는 무장애 공원이 생기고 있다.
서울시의 무장애 친화공원 조성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12개소를 조성 완료했으며 그중에는 자주 찾았던 북서울꿈의숲이나 서울숲도 있었다. 자주 찾았던 공원이 무장애 공원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밖에 무장애 공원으로 조성된 곳은 여의도공원, 보라매공원, 월드컵공원, 천호공원, 선유도공원, 남산공원, 길동생태공원, 중랑캠핑숲, 서서울호수공원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무장애공원으로 단장한 용산가족공원도 있다. 무장애 공원, 과연 어떻게 다른지 변화를 찾고 싶었다.
용산가족공원은 8.15 광복 이후 주한미군사령부의 골프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1992년 11월, 서울시가 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공원으로 문을 열었고, 1997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 건립 계획에 따라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2005년엔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로 향했다. 지도앱에서 용산가족공원을 찾으면 나오는 길이다. 이촌역으로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도 멀지 않았다. 출구로 나온 후 지도를 따라 용산가족공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0여 분간 걷는 길에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지나고 아직 지지 않은 단풍길도 펼쳐져 나름 분위기가 있었다.
용산가족공원에 도착하자 주차장이 먼저 보였다. 턱을 낮춘 횡단보도와 주차장을 지나니 종합안내도를 찾을 수 있었다. 경사로 8% 미만의 완경사 보행로를 짙은 노란색 선으로 표시했다.
아울러, 연못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붉은색 점선 구간은 휠체어나 유아차, 어르신 등 이동 약자에게 적합한 코스로 조성돼 있었다. 또한, 바닥엔 지하철 바닥에서 보았던 노란 점자블록이 공원 진입로와 화장실까지 장애인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다.
공원 내부로 진입해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연못이다. 단풍 아래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라는 연못의 풍경은 한껏 무르익은 가을 그 자체였다. 연못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걷기 시작하니 드넓은 잔디가 펼쳐졌다. 주위엔 체험을 나온 어린이들과 배경처럼 조성된 크고 작은 조각 작품들이 그림과 같았다. 조금 더 걷자 왼편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길도 보인다.
어르신들이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와 아이들의 놀이터도 빠질 수 없다.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 모래를 조성했고, 주변으로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보였다. 놀이터 주변엔 휠체어와 유아차 등이 진입하기 좋게 경계턱을 없앴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 덕분에 어디에서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크게 도는 여정 속에는 가족 텃밭도 있다. 유휴공간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휠체어 이용자들이 쉽게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무장애 텃밭을 설치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배추와 파, 각종 쌈 채소가 가득했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장애 공원으로 단장한 용산가족공원은 급경사 구간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공원 구석구석 잔디와 보호매트를 조성하고 계단을 정비했다. 집에 어르신과 아이만 있어도 일상 속 많은 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용산가족공원에선 누구나 안전하게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조성한 무장애 공원, 그 내면을 살펴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변화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불편함 없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위 환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
서울시는 향후 간데메공원과 응봉공원을 무장애 친화공원으로 재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금씩 천천히 이끄는 이러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 줄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용산가족공원이 달라졌어요! 모두에게 편안한 공원으로|작성자 120seoul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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