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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비장애인 위주 환경 ··· 눈을 감아야 보이는 현실
편의지원센터
2023-01-13
992

“동행인 없이 혼자 못 다녀” 

 ‘복지콜’ 3년간 증차 ‘0’ 

오히려 위험한 겨울철 점자 블록

참살이길의 점자 블록이 중간에 끊겨 있음을 임성진 씨(오른쪽)가 지적하고 있다.
참살이길의 점자 블록이 중간에 끊겨 있음을 임성진 씨(오른쪽)가 지적하고 있다. 

 

7일 저녁 눈으로 미끄러워진 점자 블록을 기자가 눈을 감고 걷고 있다.

7일 저녁 눈으로 미끄러워진 점자 블록을 기자가 눈을 감고 걷고 있다.

  “겨울철에는 특히 혼자 이동하는 것에 제약이 커요. 그래서 보통 염치 불고하고, 주변인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죠.” 경증 시각장애가 있는 A씨는 겨울마다 눈으로 미끄러운 점자 블록, 동행인 없이는 다니기 힘든 환경, 장갑을 끼지 못해 늘어가는 손의 상처도 감수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과 학교 주변을 걷고, 직접 눈을 감고 돌아다녔다.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됐으면” 

  본교 보행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임성진(경영대 경영21)씨를 만났다. 임씨는 어릴 때 희소병에 걸려 한쪽 눈이 안 보인다. 경증 시각 장애를 지닌 그와 함께 이공계 캠퍼스, 참살이길, 정경대 후문, 경영관 주변 등을 걸었다. 

  안암역 출발부터 난관이었다. 건물과 인도에 위치한 점자 블록이 끊겼고, 블록 위에는 화단이 놓여있거나 맨홀 때문에 끊기기도 했다. “점자 블록이 이렇게 끊기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굉장한 두려움이 몰려와요.” 점자 블록이 있어도 문제였다. 차가 블록 위에 주차됐고, 사람들은 블록 위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비장애인들은 무심코 밟고 있더라도 전맹들은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사소하지만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죠.” 

  임 씨는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며 백주년기념관으로 안내했다. “자, 흔들리죠?” 백주년 기념관의 점자 블록 위에 서서 움직이자 무거운 블록이 흔들렸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것이다. “종종 이런 건물들이 있어요.” 그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능청스레 말했다. 

  이공캠 입구에서 마주한 것은 현실이었다. “캠퍼스 안인데,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여기서 수업을 듣지 말라는 건지.” 하나스퀘어로 가는 계단에도, 드넓은 광장에도, 차가 계속 지나다니는 주차장 앞길목에도 점자 블록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을 반기는 것은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말뚝과 지나가는 자동차뿐이었다. 참살이길에서 정경대 후문으로 가는 길목과 인문 사회계 캠퍼스 내부에도 대부분 점자 블록이 없었다. “남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겐 매일 겪어야 하는 불편한 현실이거든요.” 

  점자 블록의 색깔도 문제였다. A씨는 건물색에 맞춰 설치되는 블록은 노란색보다 구분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저는 경증 시각 장애라 색을 어렴풋이 구분하지만, 건물색과 비슷하게 설치되면 점자 블록인지 알기 힘들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블록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배제하고 있었다.  


  겨울, 창살 없는 감옥 

  시각장애인에게 겨울은 더욱더 춥디추운 계절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시각장애인 다섯 명 모두 점자 블록 틈에 쌓인 눈을 가장 큰 겨울철 보행환경 문제로 지적했다. “점자 블록도 미끄러워 혼자 밖에나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눈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도 있다. 경증 시각장애가 있는 최세린(여·20) 씨는 색깔 구분이 가능해 평소 바닥 색깔을 보며 이동한다. 그러나 눈이 쌓이면 반사되는 빛 때문에 바닥과 건물 벽면 등 온 세상이 하얗게 보여 동행인 없이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주변 나무나 건물 벽면을 잡고 이동하다 보니 종종 손에 상처도 난다. 촉감을 통한 정보 전달 때문에 장갑을 낄 수도 없다. 

  본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경증 시각장애인 C씨는 겨울철 보행 문제의 원인으로 사람들의 인식 부족을 꼽았다. “눈을 치운다며 아예 점자블록 위에 쌓는 때도 있어요. 이런 곳은 아예 블록이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마치 모르는 길에 버려진 듯한 느낌을 받아요.” 

  주변인과 동행하지 못할 때는 ‘나비콜’과 서울시 시각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인 ‘복지콜’을 이용한다. 그러나 겨울만 되면 수요가 급증해 배차 간격은 기약 없이 늘어난다. 최세린 씨는 겨울철 복지콜 이용을 위해 4시간까지 기다린 적이 있다. “겨울이 되면 복지콜에 시각장애인이 몰리고, 기사님들도 운전을 천천히 하다 보니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시각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방해받고 있음에도, 복지콜 서비스의 전체 운행 대수는 3년간 158대로 변동이 없었다. 복지콜이 안 되면 나비콜을 이용하지만, 나비콜이 기사들은 일반 택시 기사로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아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고로 내모는 캠퍼스 환경 

  이들의 불편함을 직접 느끼고자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잡고, 눈을 감은 채 임 씨와 걸었던 길을 기자 혼자 걸어봤다. 평소에 1시간이면 갔을 거리가 4시간이 걸렸다. 

  이공캠을 가기 위해 오르는 언덕에선 가파른 경사와 고르지 못한 점자 블록 때문에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방향을 잡기 위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건물 벽과 나무, 전봇대를 잡으며 이동하니 손에 상처가 점점 늘어갔다. 

  횡단보도를 마주할 때마다 음향신호기 리모컨을 눌러봤지만, 딱 2번 작동했다. 어쩔 수 없이 매번 위험에 놓인 채 길을 건넜다.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했다. “목숨 걸고 건너야 하는 거죠.” 시각장애인 A씨에게 이런 곳은 어떻게 이동하냐 물었을 때 당연하다는 듯 돌아왔던 대답이 떠올랐다. 

  하나스퀘어 계단은 난간이 없어 무릎 높이에 있는 석재 화단을 짚으며 내려왔다. 계단 아래 마주한 광장에선 곳곳에 위치한 화단에 부딪혀 정강이에 멍이 들었다. 공학관에서 창의관으로 가는 길은 공사 울타리 안에 점자 블록이 있어 안내판 앞에서 길을 헤맸다. 눈이 쌓여 점자 블록 위에 있어도 점자 블록인지 알아채기 힘들었다. 울퉁불퉁한 빙판을 밟고 점자 블록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근처에 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사고라도 날까봐 일단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임성진 씨. 임성진 씨의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시각장애인이 나오고 싶어도 매번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데, 그 누가 밖으로 나오려 하겠습니까.” 

출처 : 고대신문(http://www.kunews.ac.kr) 

링크: 철저한 비장애인 위주 환경 ··· 눈을 감아야 보이는 현실  < 사회 < 기획 < 기사본문 - 고대신문 (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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