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해선 휠체어 추락 사고…"휠체어 타면 계단 안 보여 위험"
교통약자 위한 동선 안내 장치·설명 없어…세이프로드 등 대안부산 동해선 교대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장애인이 계단으로 추락해 숨진 사고는 휠체어를 타면 시야가 낮아져 계단을 잘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점자블록을 신경 쓰며 따라가다 추락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장애인 단체와 유족은 휠체어장애인 이동 동선을 배려하지 않고 승강장이 설계됐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며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부산 연제구 동해선 교대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남성 A씨가 승강기를 타기 위해 이동 중 계단을 확인하지 못하고 추락해 숨졌다.
사고 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면 A씨는 승강기로 이동하기 위해 시각 장애인용 노란색 점자블록을 따라가다 계단에서 추락했다.
유족은 "아버지가 점자 블록이 휠체어 바퀴에 걸리니 두 바퀴 사이에 블록을 두고 이동하는 습관이 있는데 바닥을 신경 쓰다 점자블록 끝이 계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휠체어장애인 이동에는 종종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고가 난 동해선 교대역 승강장은 통로가 좁아 점자블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A씨가 점자블록을 따라갔더라도 계단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선뜻 찾기 힘들 수도 있지만, 휠체어 높이의 시야로 사고 현장을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장애인들은 지적한다.
평소 휠체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송성민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휠체어 탄 사람은 시야가 낮아 전방 계단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일반인은 실수로 진입을 잘못하면 넘어지는 정도지만 휠체어장애인은 실수가 곧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동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계단으로 추락하는 사고와 관련해서는 수치화된 통계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도시철도 등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유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 UD환경팀장은 "휠체어장애인 계단추락은 자주 일어나는 사고 유형 중 하나"라며 "이 때문에 승강장을 설계할 때 계단과 승강기로 이동하는 동선을 분리해 설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동해선 교대역은 승강기가 복도 끝에 위치해 계단 옆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하는 등 장애인에게는 다소 위험한 구조로 설계됐지만, 기본적인 안전·안내 장치는 없었다.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들은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승강기를 안전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교통약자가 지하철 승강기를 안전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바닥에 동선 유도 스티커를 부착하는 '세이프로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서울역과 서울 도시철도 9곳에 설치됐을 뿐 아직 부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족 측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겪을 수 있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대책 마련과 관계 기관의 관심을 촉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안내문이나 안전시설물 설치는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을 가지고 통일한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문제로 판단한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설치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링크: 휠체어장애인에게는 공포의 계단…점자블록 신경 쓰다 추락 참변 |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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