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최근 들어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해야 할 보도로 차량이 돌진하여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서울 중구에서 승용차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며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대형 참사를 비롯한 곳곳에서 보도로의 차량 돌진이 이어져 전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규모 행사 등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광화문광장은 자칫 더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횡단보도 턱낮춤 구간에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을 설치하고, 차량 돌진 우려가 있는 주요 지점에 석제 화분 등을 설치하여 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안전시설이 설치되면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각장애인과 같은 보행 약자에게 자칫 또 다른 안전 위협시설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장애인은 바로 앞에 있는 장애물도 인지하기 어려우므로 특히 보행자 중심의 보도와 횡단보도 대기선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도환경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이용하기란 너무나도 열악하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의 보행자 안전을 위해 각종 구조물을 설치하고, 특히 횡단보도 대기 선에 법적 규격과 재질에도 맞지 않는 스마트 볼라드 설치 계획이 있어 시각장애인의 충돌로 인한 부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규격에 맞지 않는 스마트 볼라드]

볼라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 별표2에 그 설치에 관한 세부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높이 80~100cm, 둘레 10~20cm의 원형이어야 하며, 상부는 각지지 않은 반구형이고,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자동차가 충돌하면 휘어지는 등 충격을 주지 않는 재질이어야 한다. 서울시가 설치하려는 스마트 볼라드는 높이 90cm 정도로 알려졌지만, 그 외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단단한 볼라드에 시각장애인이 충돌하면 자칫 골절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볼라드를 설치하여야 한다.

[사진: 규격에 맞는 볼라드]

석재 화분과 같은 구조물은 보행자가 통행하지 않는 자전거 도로와의 경계부 등에 설치해야 하고, 만일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완충재로 보강해야 한다.

[사진: 완충재 보강이 이루어진 석재 화분]

전 국민이 돌발사고에 대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보행자에 시각장애인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센터는 시급히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의 보행 안전을 고려한 환경 개선 방안을 고민하여 보행 안전에서 시각장애인이 차별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