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센터는 지난 10월 22일, 인천광역시 송도에 위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하 '박물관')을 방문하여 시각장애인의 박물관 이용 편의 환경 실태를 점검했다. 박물관은 작년에 개관한 시설로, 이날 점검은 시각장애인을 포함, 청각, 지체, 발달장애인 등 각 장애 영역별 전문가와 당사자를 대상으로 박물관 이용 편의 실태를 조사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등 장애인의 동등한 관람권을 보장하고자 실시하였다.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점검은 먼저 박물관 입구 접근로를 시작으로, 지하1층 상설전시실, 1층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 내부시설, 위생시설, 장애인주차구역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고, 회의실로 이동하여 점검 의견을 청취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점검 결과 점자블록, 점자 표지판 등 중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이용을 돕고, 각종 전시물을 설명하는 점자설명판과 QR코드를 제공하여 관람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지만 올바르게 설치하지 않았거나 유지관리가 미흡하여 실제 당사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였다.
접근로에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건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선형블록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출입구 오른쪽에 음성안내를 병행한 점자안내판, 이를 유도하기 위한 선형블록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점자안내판에 일부 띄어쓰기 오타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였다. 내부시설에는 계단뿐만 아니라 승강기와 전시실 사이의 내부 경사로 손잡이에도 점자표지판을 부착하였다. 그러나 경사로 손잡이에는 '올라감', '내려감'이라는 부적정한 점자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손잡이 점자표지판의 문구는 반드시 화살표 등 방향 표시와 목적지 등을 명확하게 표기하여야 한다.
각 층 전시실에는 다양한 국가의 문자에 대한 해설을 점자로 설명한 점자 설명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령 상설전시실의 훈민정흠에 대한 점자 설명판이 있고 설명판 오른쪽 상단에 스마트폰으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양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점자 설명판 오른쪽 옆에 원본의 모형을 음각으로 제작하여 시각장애인의 촉각적인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점자 설명판의 점자가 상당 부분 훼손되어 시각장애인이 오독할 우려가 높았으며, 점이 날카로워 손 빔의 우려가 있었다. 또한 QR코드를 인식하려고 하니 IOS 운영체제 단말기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단말기는 인식률이 매우 낮아 개선이 필요하였다.
[사진: 망점이 발생한 점자 설명판]
기획전시실의 경우 행사에 따라 전시물이 교체되는데 일부 전시물은 점자 설명판을 즉각 교체하여 이용 편의 제공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한다는 윤동주의 ‘서시’ 점자본은 점의 크기, 간격 등을 시각적으로 알기 쉽도록 확대·양각화하여 제작한 것으로, 비장애인의 점자에 대한 인식개선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읽기는 어려운 것으로, 비장애인의 점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사진: 윤동주의 서시 점자본]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읽어야 하는 점자는 묵자처럼 크기를 줄이거나 늘리게 되면 시각장애인의 문자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점자규정(문화체육관광부 고시 2024. 1. 29.)’의 점자의 물리적 규격을 준수하여 제작해야 한다.
어린이체험관에는 다양한 문자를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게임, 터치 디스플레이 등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 어린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 아쉬웠다. 시각장애인 어린이가 한글 등을 만져서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글자 퍼즐, 본인 이름 양각화된 글씨 써보기 등 촉각 콘텐츠의 개발이 필요하였다.
점검을 마친 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센터의 홍서준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였지만, 유지관리와 제작 과정에서의 미흡한 검수로 인해 당사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현 실태를 지적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과 콘텐츠는 공급과 설치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설치와 주기적인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정보 수집의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이 훼손된 점자나 인식이 어려운 QR코드 등으로 인해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이날 수렴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시각장애인 등이 박물관을 편리하고 유익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기 바란다. 또한, 전국의 다양한 박물관에서도 장애인의 관람권 보장을 위한 노력에 힘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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