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기라는 편의시설이 있다. 기능은 말 그대로 현관문에 설치하는 잠금장치이다. 과거에는 키를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고 친구나 부모님이 집을 오신다고 할 때 화분 밑이나 은밀한 장소에 키를 놓아두고 내심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근심하곤 하였다. 현관기는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고자 문 비밀번호만 알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나름의 전자식 편의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전자식 현관기가 대부분 터치식 키패드로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은 별도의 키카드가 없으면 자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불편함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비시각장애인에게는 편리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겐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소위 반쪽짜리 편의시설들이 어떤 연유로 걸러지지 못하고 대중화 설치되고 있는 것일까?
일명 아파트라 하는 공동주택에는 많은 세대가 거주하게 되므로 집의 평가 기준 중 치안 및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출입문이나 지하주차장 출입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현관기를 설치하고 이러한 현관기는 대게 전자식으로 설치된다. 일반적인 개폐 방식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 아래 키패드 버튼과 카드키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 같은 경우 그나마 키패드를 누르지 않아도 카드 대는 곳의 위치만 알 수 있으면 카드를 대고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 대는 곳이 다른 표면과 똑같이 평평하다면 이곳저곳을 더듬어야 하거나, 기타 경비실 호출이나 인터폰 기능은 터치식 키패드를 조작해야만 되기에 시각장애인은 사용에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인 경우는 카드키의 기능이 없는 키패드로만 문을 개폐하는 현관기이다. 전자식 키패드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매우 어렵다. 평평한 키패드에서의 번호 위치 파악도 힘들고 입력, 취소 등 다른 버튼까지도 눌러야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만약 타고난 초인적인 감각과 무수한 연습의 노력으로 문을 열었다고 하자. 내 집 들어 갈 때마다 이러한 노력이 요구된다면 이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럼 이런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힘든 현관기가 공동주택에 어떤 연유로 설치되고 있는 것인가? 개인 사유의 주택이라도 그 용도가 공동주택이라면 장애인의 접근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관련 법률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서는 편의시설을 ‘장애인 등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로 정의하였다. 즉 전자식 현관기도 편의시설에 속하므로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접근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업체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중앙부처, 점검해야 할 기관에서는 단지 ‘현관기’의 점검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고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 법률에 관련 항목을 찾아보니 ‘건축물의 주 출입구는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유효 폭·형태 및 부착물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비록 현관기라는 명칭은 나와 있지 않지만 분명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부착물 등을 설치해야 한다.’라는 내용은 적시되어 있다. 법의 취지를 생각해볼 때 문 출입을 위한 현관기도 당연히 시각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우리 센터는 이러한 반쪽짜리 편의시설에 대해 관련 부처에 지속적으로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요청할 것이다. 또한, 현관기 등을 제작하는 업체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고민과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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