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못느껴” 설치 외면… 장애인단체 “불편” 하소연
‘한글 점자의 날’ 83주년을 하루 앞둔 3일 서울시가 ‘디자인 서울거리’를 조성한다며 점자블록을 축소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47억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준공한 금천구 시흥사거리~독산동길 입구 700m 구간에 ‘디자인 서울거리’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디자인 거리에는 노란색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다. 횡단보도 입구 등에 위치를 감지하고 위험하다는 경고를 해주는 ‘점형블록’이 검은색으로만 깔려 있는 상태. 시각장애인들은 기존에 있던 ‘선형블록’이 자취를 감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선형블록은 방향 유도용으로 점형블록에 연계하여 보행방향을 지시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박하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경관사업팀장은 “디자인 서울거리를 조성하면서 거리가 평평해져 옛날에 설치했던 선형블록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곳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는 “횡단보도 초입 등에는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병용되어 설치되어 있지만 보도를 따라서 필요성이 떨어지는 몇백m 구간에는 노란 선형블록이 설치가 안 되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토해양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선형블록은 위험 구역에서 안전 구역까지 유도하기 위한 블록으로 안전구역(보행폭 2m 이상)에는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존에 있었던 게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 상황인데 누구 기준으로 선형블록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비장애인인 공무원들이 본인이 불편하지 않다고 선형블록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 서울거리라 하며 명품거리를 만들겠다는데 바닥에 금을 칠하면 명품거리가 되는 게 아니라 그 길을 걸어다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명품거리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아영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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