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알림마당

관련뉴스

시각장애인 ‘불안한 외출’
김태형
2009-11-16
5393

 시각장애인 ‘불안한 외출’ 

점자블록 없는 디자인거리… 음향신호기 없는 횡단보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시 디자인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공공시설을 불편없이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거나 설치관련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권고조항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06년 점자블록 설치조항 삭제 

‘훈맹정음’(한글점자) 창제를 기념하는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교통보조시설은 단순 편의시설이 아닌 필수 장치인 만큼 법개정을 통해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서울시내 10여곳의 자치구는 ‘디자인거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점자블록을 없앴다. 47억 9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금천구의 ‘시흥사거리~독산동길 입구’(700m) 디자인거리가 대표적이다. 해당구청은 “직선구간이라 위험이 덜한 데다 미관 문제도 있어 점자블록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승철 연구원은 “기존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는 ‘보도에 선형블록(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2006년 법이 개정되면서 관련조항이 빠졌다.”면서 “같은 해 ‘교통약자 편의증진법’이 제정됐지만 점자블록 설치 권고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턱없이 부족한 음향신호기도 문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횡단보도의 음향신호기 설치율은 8.2%(6만 6174곳 중 5408곳)에 그쳤다. 전북(2.6%), 경남 (3.7%) 등 지방 시·도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시각장애인들은 차량 소음이나 행인의 인기척 등으로 ‘눈치껏’ 건널목을 건너야 하고 사고위험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1급인 강경규(31·서울 장위동)씨는 최근 6호선 돌곶이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적신호에 길을 건너다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할 뻔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중 횡단보도에서 죽을 고비를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음향신호기 설치율 8.2%뿐 

점자표시가 돼 있지 않은 버튼·터치스크린식 현금지급기(ATM)나 40%를 밑도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율, 각종 매장의 맹인안내견 동반입장 거부 등도 시각장애인을 불편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 편의장비 설치문제를 법령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철 연구원은 “점자블록 설치에 관한 의무조항이 없고 점자서비스 ATM 설치도 권고지침이다 보니 지자체와 은행 등 사기업들이 설치를 미룬다.”면서 “아예 ‘점자 ATM기를 전체의 2분의1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수요자의 의견수렴 없이 시설을 건설·변경할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엄청난 추가예산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과정에서 반드시 장애인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11-04  8면

없음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 검색 수 : 3188개 / 319 페이지 중 315 페이지

관련뉴스 목록
번호 제목 첨부 작성자 작성일자 읽음
48 직원·공익요원에게 도움 요청해도 ‘세워놔’   김태형 2010-11-12 5897
47 공항철도 서울역 앞 장애인 안전 ‘위협’   김태형 2010-11-11 6597
46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 통합돼야”   김태형 2010-11-11 5238
45 시각장애인 1호선 중동역 선로 추락 (1)   김태형 2010-11-11 5993
44 접근 어렵고 편의시설 없고..구미코 난관>(종합) (1)   김태형 2010-11-09 6337
43 스마트폰 문서 음성 재생 시스템 ‘액세스리더’ 개발   김태형 2010-11-08 5572
42 한시련, 5일 볼라드 제거 투쟁   김태형 2010-11-04 6085
41 ‘제3회 한국DPI대회’ 다음달 2·3일 개최   김태형 2010-11-04 5702
40 ‘턱이 없어져 휠체어장애인 자주 이용’   김태형 2010-11-03 5994
39 후천성 시각장애인에 생체공학칩 이식해 시각 복구   김태형 2010-11-03 6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