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용 못 하는 'ATM', 복지부는 ‘요지부동’
메디컬투데이 2010-01-04 07:33:39 발행
은행의 ATM에는 장애인을 위한 ‘낮은 경사로’조차 설치되지 않아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의 신속한 대책마련이 촉구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의 허주현 소장은 44년동안 1급 시각 장애인으로 살았다. 허 소장은 ATM을 사용할 때마다 곤혹을 치렀고 최근엔 기계를 잘못 작동해 은행카드가 정지되는 상황까지 있었다.
허 소장은 “ATM에 접근하기도 힘든 현실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며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안전봉은커녕 경사로라도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 YMCA 시민중계실 대학생 모니터단이 지난 24일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시내 은행 123곳 ATM 650대 중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33.3%에 불과했고 안전봉을 설치한 곳은 3.3%에 그쳤다.
또한 중증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지원시스템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기는 6대로 1%에도 미치지 않았고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확대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기도 전체의 38.8%인 252대에 불과했다.
본지가 강남 부근의 은행 12곳을 조사한 결과 경사로를 설치했거나 문턱이 낮은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ATM과 관련한 조항을 기입하지 않았으며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과 장애인편의증진법에서 ATM과 관련한 사항이 추진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치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신속히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시각장애인 이승철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ADA법에 ATM뿐만 아니라 각종 기계와 시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는 조항이 있다”며 “우리 나라에도 ‘접근성 지침’이 있긴 하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유사 조항으로 강력한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이정선 의원(한나라당)은 “개정안과 장애인편의증진법에 ATM 관련한 내용을 꼭 집어 써놨지만 올해 정기 국회에서 다른 안건 때문에 밀렸다”며 “복지부는 법안 처리가 느리고 비용 눈치를 보다가 ATM 관련안은 내년까지 미뤄지게 됐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발빠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장애인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이익섭 교수는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10만명의 장애인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부가 소수를 배려하는 정책을 편다면 국민도 이런 사회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시각장애 1급인 오모(여·27)씨가 지난해 4월 농협 ATM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쓸 수 없는 기기라며 진정을 낸 사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 규정을 들어 올해 2월2일 농협중앙회장에게 시정권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인권위 장애인차별조사과 배대섭 과장은 “장애인 스스로가 권리를 구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개인이 진정 접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경사로조차 미흡한 상황에서 법 마련은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복지부는 법안을 준비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동호 과장은 “은행 측이 비용을 대야 하기 때문에 법을 강제화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편의증진법에는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 하고 있지만 시정조치를 내린 적은 농협과 관련한 사건 하나고 장애인 쪽에서 문제제기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sh1024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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