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2013-07-09 19:44:06 / 본지 22면
벌써 바다와 계곡이 그리운 시즌이다. 장마가 끝나면 올해는 유난히 찌는듯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진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위를 더 많이 탄다. 스스로 거동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더운 날씨 탓에 통풍이 잘되지 않아 욕창에 특히 주의해야 할 때다. 클러치와 지팡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클러치의 무게와 또 지팡이의 무게에다 보행 자체가 어려워 더위를 더 타게 된다.
지난달 1일 개장한 해운대·광안리·송도·송정해수욕장에 이어 다대포·일광·임랑 등 3개 해수욕장이 추가로 개장함에 따라 부산지역 7개 모든 해수욕장이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부산 거주 장애인이나 전국의 장애인이 부산의 7개 해수욕장을 찾는다면, 부산시가 장담한 대로 안전하고 편리한 최상의 서비스로 장애인을 만족하게 하겠는가에 대해서는 필자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한 장애인이 자신의 해수욕장 체험에 관해 들려주었다. "해수욕장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 겸 휴식공간은 휠체어 장애인은 계단 때문에 올라갈 수 없어 바라만 봅니다. 이쪽과 저쪽을 돌아다니고 살핀 후 겨우 뒤에 경사로가 있음을 발견하고 전망대 위에 올라오니 시원한 소나무 그늘과 함께 멀리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해수욕장 안에 있는 공원은 소나무 숲으로 구성된 휴식공간임에도 휠체어 장애인이나 노약자, 유모차 등이 들어가기엔 곳곳에 턱이 있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공원으로 들어가려고 한참 둘러봤지만, 역시 턱이 있습니다. 바닷가 길을 한참 헤매고 나서야 턱이 없는 공원 입구를 찾는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관광 안내도 앞에는 생각 없이 차량을 주차해 놓고 쓰레기를 모아 놓아 안내도를 보기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그나마 이 해수욕장은 그런대로 장애인 편의시설이 우수한 곳임에도 안내도에는 장애인 화장실이나 경사로 (휠체어 통행로) 위치가 표시돼 있지 않아 장애인을 비롯한 보행 약자들의 이용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해수욕장 곳곳에 설치된 안내도에 장애인 시설의 표시를 해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보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비장애인이 생각하기엔 별 것 아닌 3㎝ 턱도 휠체어 장애인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애인뿐 아니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모도 불편을 겪는다. 보행 약자에게는 작은 턱이 큰 벽처럼 다가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부산장애인편의시설설치 시민촉진단의 박만식 부단장과 정재성 총괄팀장은 부산의 각 해수욕장 현장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부산의 해수욕장에는 경사로는 설치되어 있으나 정작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은 설치돼 있지 않다. 장애인이 수영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유영구간이 없고, 장애인 전용 탈의실도 없다.
또 장애인 화장실 시설이 설치는 돼 있으나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법에 따른 규정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장애인 화장실이 넓은 공간이다 보니 비장애인이 들어와 샤워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을 방해하고 있었다. 또 화장실 출입문의 잦은 고장 탓에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와 각 지자체의 해수욕장 담당자들은 다시 한 번 시설을 꼼꼼히 살펴 부족한 부분은 하루속히 정비하기를 바란다.
김명근 부산지체장애인단체협의회장·부산장애인편의시설설치 시민촉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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