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장애인차별금지 모니터링 해보니
대부분의 의료 종사자들 장애인 배려 인색
김은숙
기사 게재일 : 2013-07-11 06:00:00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 단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의료기관을 조사대상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팀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그전에 하던 대로 체크리스트에 적혀 있는 대로 순서를 정해서 이동을 하고 수치를 재고 사진을 찍고 궁금한 점 있으면 행정담당관에게 물어보는 정도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체크리스트에 있는 문항들이 건물에 잘 배치되지 않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의제공을 하고 있냐고 의료기관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별로 불필요하다는 듯이 “저희 병원을 이용하는 장애인 환자분들은 보호자를 데려와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배치하지 않아도 지금껏 장애인환자들이 불편하지 않았고요. 저 또한 장애인 환자분이 혼자 병원을 이용한 것을 본 경험이 없다”며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 대신 이런 말들로 대답을 했다.
난 그 말에 혼자 사는 장애인 분들이 많은데 아플 때 마다 보호자를 데리고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혼자 오신 장애인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며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하고 왔었다. 조사기관 4곳 모두에서 의료종사자들에게 이런 말들을 들었다.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이 늘 환자 같고 아픈 것 같고 늘 약을 먹고 늘 병원에 다니는 줄 안다. 이상하게도 병원과 친할 것 같다는 그런 인식들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늘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장애인 빼고는 병원과 친하지 않다. 친하지 않다는 표현이 장애인이 건강하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파도 참을 수 있을때까지 참다가 가는 사람이 많다는 표현이다.
왜냐면 집이랑 가까운 동네 병원은 많은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거나 흔들림이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정교한 치료를 할 경우 종합병원을 가라고 의사들이 권유하는데 거리가 멀거나 접근하기 힘들어서 참거나 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함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불편함이 있어 병원 다니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점자 보도블록이 병원에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실제 이용하기에 힘든 위치에 자리 잡고 있거나 훼손돼 다른 비장애인들이 미끄러진다며 깔판을 덮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의 경우 의사가 진단할 때 필담으로밖에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단문 단답 형식의 의사소통이 돼 이해하기 어려운 진단이 내려질 경우 환자가 답답해질 것 같다.
또 휠체어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의 경우 턱이 높거나 화장실이 좁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이 편의시설에 규격에 맞지 않아 이용하기에 힘이 들고 의료 진료 시 ‘왜 혼자 오셨나요? 불편하니 보호자와 동반하고 오시죠’란 말을 의료종사자들에게 불편하게 듣곤 한다.
그리고 건강 종합검진을 받고 싶을 때 X레이나 CT나 주사를 맞을 때 장애에 맞는 의료 장비가 없어서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면 내가 X레이를 찍으려하면 장비에 올라가야 하는데 높아서 불편하거나 몸을 가만히 있어야하는데 내장애가 흔들림이 심하다보니 이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CT나 주사를 맞을 때도 같은 이유로 힘들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들이 병원과 친하고 자주 이용하는 줄 안다. 또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장애인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이 더 굳고 아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을 이용하기엔 불편한 환경들이 많다. 그리고 의료종사자들이 장애에 대해 무지하기도 하고 장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에 싸여있다.
그래서 나는 시설환경의 편의시설도 잘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현장에 있는 의료종사자의 인식개선이 더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왜 이곳이 불편하고 왜 이런 말들로 인해 상처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김은숙
김은숙 님은 아름답고 행복하고 싶은 장애여성 인권활동가입니다. 세상에 대해 두려움이 많고 아직 소녀적 감성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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