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배상’ 판례와 달리 원고 패소
최근 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선로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안전펜스가 있는 지하철 승강장 추락사고에도 법원이 운영기관한테 일부 책임을 물어오던 것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지하철 운영기관이 안전 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거스르는 판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1급인 2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양주시 지하철 1호선 덕정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오르려다가 선로로 떨어졌다. 마침 양쪽에서 동시에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는 방향으로 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그런데 반대쪽 차가 먼저 도착했고, 김씨는 차문이 열리는 소리를 자신이 탈 차의 소리로 오해해 앞으로 나가다 떨어졌다.
이 사고로 김씨는 다리 등이 골절돼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덕정역은 스크린도어 없이 안전펜스만 있었다. 김씨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안전조처가 미흡했다며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런데 지하철 사고 관련 최근 수년간의 판결들은, 지하철 운영기관이 안전펜스를 설치했다고 충분한 사고 방지 의무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2005년 서울고법은 서울 노원구 지하철에서 한 승객이 갑자기 현기증을 느껴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최소한 안전펜스 정도는 설치했어야 한다”는 1심 판단에서 나아가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며 서울도시철도공사에 20%의 책임을 물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또 지난해 8월 서울고법은 경기 안양시의 지하철 승강장에서 술에 취해 안전펜스에 기대있다가 선로로 떨어져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의 책임을 30%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하철이나 철도 승강장은 추락사고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사고 대부분은 사망 또는 중상 등 치명적 결과에 이른다. 운영기관으로서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물적 설비를 갖추려고 노력하거나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적절히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전펜스가 있는 지하철 승강장 추락사고 3건의 경우 법원은 20~35%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하철 운영기관 쪽에 물었다. 현재 도시철도안전관리규정에는 스크린도어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안전펜스가 있다고 해 승객보호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며, 스크린도어가 없는 경우 안전요원 배치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 추세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팀장은 “사고 당시 정황을 봐도, 앞을 못 보는 당사자의 과실이 매우 낮았다. 사고 방지를 위한 지하철 운영주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법원이 한국철도공사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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