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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 없이 변화는 없다
편의증진센터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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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24일 (목) 10:10:00  글·사진 전남장애인인권센터 허주현 소장  dung727@naver.com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될 무렵, 필자가 법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자치법규의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듬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가 제안한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조례제정운동’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민단체 협력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약 1년의 준비 끝에, 2010년 11월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권익옹호 기관인 전남장애인인권센터 설립·모니터링·교육·홍보 등을 골자로 하는 ‘전라남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어, 2010년 4월 전라남도의회가 이를 의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장애관련 조례로서는 가장 많은 77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들에서 유사한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남장애인인권센터는 2010년부터 매년 11월 기초자치단체의 ‘장애인 차별금지법 이행사항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 시군에 모니터링을 갔을 때, 조례에 행정 위임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인권센터가 무슨 권한으로 모니터링을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던 공무원들의 저항은 우리를 참 난감하게 했었다.

 

 

 

▲ 규격에 맞지 않는 표지판

 

 

▲ 장애인용화장실에 가득 들어가 있는 상자

 

모니터링 1년차인 2010년,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남녀로 구분된 것은 고사하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 하나 없는 청사에, 그나마 설치된 것도 규격에 맞지 않아 실제 이용할 수 없는 각종 편의시설들,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실체조차 모르는,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들의 용감한 무지였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이 목검이라면 장차법은 진검이라며 법률의 실효성을 애써 말하던 어느 선배의 말이 무색하게도, 시행 2년이 되었는데 우리 동네 공무원들은 도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장애계의 기대와 실제 정책 집행자인 지역 공무원들 간의 인식차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3년차인 지난해 5월에는 공무원들의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장애인 업무, 청사관리, 민원업무, 공보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으나, 이마저도 공무원의 순환보직의 특성에 따른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단기간 성과를 거둘 수는 없었다. 1년 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지난해 교육을 받은 분이 그 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 유효폭이 나오지 않는 문

 

그간의 모니터링 활동이 차년도 예산 수립이 끝난 11월에 이루어져 장애차별 개선을 위한 예산 반영 시기를 놓친다는 점, 교육 이수자의 인사이동으로 교육의 효과성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4년차인 올해는 9월 초에 교육과 모니터링 활동을 연이어 시행함으로써, 정책 입안자의 업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행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담당자의 실명을 영역별로 데이터베이스화 하기로 하고 이를 교육 과정에서 주지하였다.

실제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장애인 차별금지법 홍보 방안을 반상회보, 시군정소식지, 전자홍보판 등의 가능한 수단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은 물론, 교육 또한 기존의 자원봉사자교육 과정 등에 함께 편성하는 것을 제시한 바 있으며, 장애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해 매년 반복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기획안을 마련하여 제시함으로써 차년도 시책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4년간의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가장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정보접근권’ 영역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에게 개별 통지되는 문서인 활동보조 급여 통지에서도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점자, 큰 문자, 음성 등의 방법을 고려한 사례는 전무했던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국적자이면 누구나 이용하는 ‘무인민원발급기’는 전국에 무수히 보급되어 있으나,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용 가능한 기기는 단 한 대도 볼 수 없을 만큼, 장애차별 영역에서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의 노력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관련 규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는 안전행정부가 고시한 ‘무인민원발급기 표준 지침’이 음성, 키패드 등 시각장애인의 접근에 필수적인 인터페이스를 규정하고 있지 않거나 선택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앞서 올해 진행된 모니터링 활동에서 우리는 개선 요구 수준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자치단체 청사 내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남녀 화장실이 있는지, 층간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설치하고 있는지 등은 이제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서 우리는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마저 보장하지 않는 요지부동의 몇몇 자치단체를 장애차별로 진정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4년간의 지속적인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청사 건물의 노후로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만들 수 없다며 외부에 별도의 화장실을 만든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기초자치단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어느 군, 의지를 갖고 모니터링 항목을 모두 적격으로 개선한 곳 등은 모니터링 활동의 결과가 켜켜이 쌓이면 적어도 일상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적 요소는 개선할 수 있겠다는 뿌듯한 감정을 갖기에 충분했다.

심호흡 하면 가슴이 온통 하늘빛으로 물들 것 같은 투명한 하늘을 향해 손 내밀고픈 이 가을, 장차법 모니터링 과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공직자들의 얼굴을 생각한다.

대다수가 장애차별을 해소해야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면서도 늘어나는 내 업무에는 귀찮아하던 분,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부족한 것이 있으면 바로 개선하겠다던 분, 청사 문제이건 민원이건 장애업무 담당자에게 미루던 분, 전임자가 입안해 놓은 장애차별 개선 예산마저 과중한 업무를 핑계로 집행하지 않았던 분, 모니터링 결과 통지마저 공문서로 접수하지 않은 채 파기했다던 분.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희망 섞인 미소로, 당신이 장애인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항변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고 엄포도 놓았지만, 장차법 시행 5년이 지나도록 준비 없이 되뇌는 공직자들의 '단계적·점진적'이라는 핑계엔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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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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