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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증진법 ‘제구실 못한다’ 이구동성
편의증진센터
2013-12-02
6271

‘무장애환경법’ 제정 제언에는 ‘시기상조’ 반응
강제성·세부기준 마련, 사회적 공감대 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11-28 16:51:42

 

왼쪽부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건국대학교 강병근 교수, 보건복지부 이주현 서기관.ⓒ에이블뉴스

▲ 왼쪽부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건국대학교 강병근 교수, 보건복지부 이주현 서기관.ⓒ에이블뉴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계점을 보완한 ‘무장애생활환경법’ 제정의 필요성을 내보였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강병근 교수는 28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편의증진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토론회’ 발제를 통해 현재의 편의증진법과 BF인증제도를 통합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법(이하 무장애생활환경법) 제정을 제언했다.

현재 편의증진법은 지난 1997년 시행 16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편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차량출입 방지를 위해 어지럽게 설치한 볼라드, 지하철 출입구와 상품진열대 등으로 뒤엉켜진 보도는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물 정글’ 투성인 것.

강 교수는 “편의증진법은 설계와 시공에서는 잘 되지만 유지관리에서 괴리감이 생긴다. 그나마 인증제도로 묶어보려고 하지만 유지관리가 안 된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만들 때까지 외쳤던 이용자 측면에서도 그 후에는 가보지 않는다”며 “인허가 담당자 이해수준에 의지하다보니 계속 바뀌게 된다. 장애 이해당사자들도 담당자 이상의 이해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 교수는 BF인증제도와 편의증진법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무장애생활환경법’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먼저 편의증진법은 ‘장애인도 이용 가능하도록 사회가 최소한의 가능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지만, 인증제도에서는 ‘장애로 인한 어떠한 차별도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도록 장애물을 모두 제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인증제도는 편의시설 설치 유무 인증이 아닌 ‘장애물이 없는가?’를 인증하는 제도라는 것.

또한 편의증진법은 장애물로 채워진 건축물, 보행로 교퉁시설과 수단 등을 설치 후 점검해 ‘사후보완’하는 반면, 인증제도는 ‘사전검토’로 계획단계에서부터 장애물이 없도록 생활환경을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강 교수가 제안한 무장애생활환경법은 편의증진법과 인증제도를 통합한 생활공간 무장애화, 현재 최저기준을 최적기준으로 변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법과 제도에서 제외된 주거 부분도 포함됐다.

앞서 선진국에서도 기존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관련법’을 폐지하거나 개편해 ‘모두를 위한 장애물 없애기’ 관련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

강 교수는 “장애물 없는 것을 인증하는 제도로 편의증진법이 탈바꿈됐으면 좋겠다. 편의시설을 설치해 증진되느냐의 계량화가 아닌, 얼마나 우리사회에 장애물이 없는가의 제도로 전환이 되야 한다”며 “사실 하나만 보지 않고, 전체 생활공간을 고려해 생활공간 무장애화가 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강 교수는 “구역범위 밖이니까가 기준이 아닌, 정류소부터 오는데까지의 과정까지 봐야한다. 일본과 독일도 이 같은 생활공간 무장애화를 시행하고 있다. 무장애환경법으로 통합된다면 설치의무는 인증의무로 전환, 모든 시설이 인증을 받아야하는 검증과정을 거치게 되고 기준도 최소한에서 최적으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이 같은 ‘무장애생활환경법’이 과연 실질적으로 무장애가 가능한지의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사무차장은 “장애를 갖고 산지 50년이 훌쩍 넘었다. 장애인으로서 가장 장애를 느낄 때는 이동과 편의시설을 사용할 때다. 정부에서 이동편의시설의 설치율이 77.5%, 기준적합률이 65.8%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며 “과연 무장애환경법이 생활밀착형 이동 및 편의제도를 가능하게 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휠체어를 타는 장애당사자로서,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동네의 생필품 상점을 드나들 수 없고, 동네 빵집 주인의 얼굴도 모르는 답답한 현실 속, 과연 법률안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란 의문이라는 설명.

이 사무차장은 “동네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이동과 편의에 대한 조항이다. 무장애환경법의 조항에 얼마나 구체적일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대상 및 기준이 규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세심한 세부기준도 설정되야 한다. 지금의 최저기준은 거의 최고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법은 선진국이지만, 세부기준은 후진국이다. 무장애환경법은 어느 정도 강제력을 가지고 실현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록의원실 강인철 보좌관도 현재의 편의증진법의 한계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새로운 법 제정에는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강인철 보좌관은 “현재 전동휠체어 보급의 확대로 현재 편의증진법은 협소한 화장실과 좁은 문 등의 시설을 이용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등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강 교수님의 편의증진법 발전방향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새로운 법을 결정하기까지는 치말한 계획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어떤 정책의제가 채택될 것인가는 그 사안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

강 보좌관은 “제안내용이 국가정책의 내용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이익을 보는 집단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비용지출 등 조금이라도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법률제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의제설정이 중요하다. 편의증진법 개정을 요구하며 전동휠체어로 국토종단한 최창현씨의 행동은 매우 중요한 이슈 파이팅이다. 앞으로 이슈를 전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이주현 서기관은 “강 교수님의 편의증진법 상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100% 공감하지만, 생활공간 무장애화와 최적기준 등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생각할 부분”이라며 “무장애화는 추진과정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최저기준을 최적의 기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8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편의증진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 28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편의증진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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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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