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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는 길이 없는 서울시
편의증진센터
2014-02-10
5197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2-07 12:56:16

 

어느 아파트 입구의 횡단보도 전체 유효폭에 설치된 점자블록. ⓒ서인환 

▲ 어느 아파트 입구의 횡단보도 전체 유효폭에 설치된 점자블록. ⓒ서인환 

 

국민권익위원회 앞 단차가 있는 일부분만 점자블록을 설치한 횡단보도. ⓒ서인환 

▲ 국민권익위원회 앞 단차가 있는 일부분만 점자블록을 설치한 횡단보도. ⓒ서인환 

 

길이란 사람이나 교통수단이 통행하는 곳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이며, 행위의 규범을 말한다.

길이 이렇게 여러 가지 뜻을 가지는 것은 이동이든, 변화든, 보이는 공간이든, 보이지 않는 공간이든, 취하는 행동이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법칙이든 모두 길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에도 오솔길, 고살길, 산길, 뱃길, 하늘길 등 다양한 종류의 길이 있고, 살길이나 고생길처럼 우리 생활의 모든 여정의 길들도 있다.

이백은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백대의 과객’이라고 시를 지어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며 인생을 나그네길의 한 객체로 표현하였다.

철학이나 종교에서도 길은 이념이며, 도의나 도덕도 길로 표현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왕도정치, 군자대로행,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마라 등 길은 속담이며 통로며 인생 그 자체이다.

길은 순수 우리말로, 신라 향가 모죽지랑가, 해성가 등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던 말이다.

시각장애로 인한 기능적 장애는 다양한 경험과 학습의 어려움 외에 공간적 이동의 어려움이 생기는데, 눈은 길을 보는 기관이며, 그것이 망가졌다고 하여 눈목자 위에 망할 망자를 써서 맹(盲)이라고 부른다.

시각장애인이 길을 가는 데에는 보행기술이 사용된다. 중도 시각장애인이든 선천적 장애인이든 이동을 스스로 해야 하므로 보행을 배워야 하고,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를 배워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적응을 해야 하므로 생활적응훈련을 하고, 음성, 컴퓨터 등 정보를 얻기 위한 보조공학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잔존감각이나 대체감각 활용을 위한 감각훈련도 하여야 한다.

그런데 배운 보행기술과 실제 보도에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설치된 편의시설간에는 괴리현상이 있어 배운대로 살면 죽을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점자블록은 경고용 점형블록과 유도형 선형블록이 있는데, 경고용이 유도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별표의 설치기준에 의하면 접근로의 제목이 유효폭인데, 유효폭은 횡단보도이면 횡단보도의 흰색이 칠해진 전체의 폭이 유효폭이고 계단이면 계단 전체의 폭이, 출입구면 출입구의 전체 폭이 유효폭이다.

유효폭을 감안하여 점형블록을 설치하여 횡단보도의 범위 안에서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이 범위 안에는 단차를 없애도록 하여 안전하게 이동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내 도로들을 보면 휠체어가 지나가는 공간만 경사지게 하여 단차를 없애고 자동차가 인도로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머지 공간은 높이차를 두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은 단차가 없는 곳이 아니라 단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점자블록을 감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선무당 사이비 전문가들이 헤게모니를 남용하여 경고블록이 유도용 성격을 가진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설치된 곳은 유효폭 전체가 점자블록으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유효폭 전체가 점자블록으로 되어 있었다.

이 경우 보이는 사람이라면 특정 장소의 환경을 파악하여 적응을 하겠지만, 시각장애인은 확인할 수 없으므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하고, 출발점과 도착점의 유효폭이 좁아 길을 건너 맞은편에 도착하고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은 휠체어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피해서 가라는 것이다.

어떤 지역은 점자블록이 아니라 구조가 다르거나 형태가 다르거나 재질이 다르거나 하여 다른 방법으로 점자블록을 대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의 중간에 홈을 파 놓고 홈 안이 안전구역이니 그 구역 내에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편의증진법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거나 재질을 달리하라고 하였지 구조를 달리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시각장애인은 지역마다 다른 안내표시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거나 일일이 가는 곳마다의 사정을 머리 속에 익혀 외우고 다녀야 한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손이다. 손으로 장애물이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그 손을 연장하여 지팡이로 땅을 만지고 다니는 것이며, 먼저 발을 디디기 전에 그 위치에 장애물이나 단차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그 구조를 달리하면 시각장애인에게는 일종의 길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지역마다 달리한 구조를 알아맞히어 보라는 게임이다.

항상 긴장하고, 많은 시간을 들이고, 화가 나면서 헤매게 된다. 미로찾기를 하는 쥐가 되어 시험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서울’이라는 명분은 설계자의 독창성이나 연구자의 수익사업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 게임은 비시각장애인이 정한 것이므로 다른 감각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디자인이 예쁜 모습인지는 몰라도 성질이 더러운 도시가 되었다.

카펫과 같이 고정적이지 못한 설치물로 재질을 달리할 경우도 변하는 재질을 미리 알 수가 없다. 바닥재를 달리한 것 역시 모든 도로가 동일 재질로 된 것이 아니므로 미관상 달리한 것인지,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정보를 주기 위하여 달리한 것인지 설치 의도조차 구분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에는 많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사실은 길이 없다. 서울시는 시각장애인에게는 길을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다. 모든 길을 파해쳐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알아서 구분하겠지 라는 것는 배려가 아닌 독선이다. 그런 길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미로공원일 뿐 도로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법을 어기고 스스로 새로운 법을 만들어 도시 디자인을 하는 사람 중에 본인이 직접 눈을 감고 흰지팡이로 감지가 가능하고, 위치를 찾을 수 있는지 실제 실험을 해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다고 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형식적 설치물들은 오히려 혼선을 준다. 차라리 그 정보를 얻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고 편리할 수 있다.

한쪽 귀퉁이에 있는 외로운 점자블록을 찾기 보다는 그 시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같이 가는 것이 나을 것이고, 그냥 휠체어가 가는 곳인 기울어진 턱을 찾아 건너가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

학교 앞 아동보호구역에서 차의 속도를 줄이기 위하여 턱을 만드는 것은 아동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높이가 50센티미터 정도가 된다면 차도 못가고 아이들도 걸려서 넘어질 것이다.

이런 엉터리 공사를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면서 누군가는 그 사업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밥을 먹고 산다.

실제의 교통수단 길이 이 정도이니, 철학이나 규범으로서의 길 역시 엉망일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위한 길도 방법도 아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길을 원한다. 더 이상 먹지 못하는 떡을 주면서 시각장애인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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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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