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7-08 13:11:37
무더운 6월 어느 날, 중앙선 전철을 탔다. 용산에서 출발하면서부터 그 전철은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안내 방송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타고 내렸다.
나의 목적지는 남양주에 있는 도심역이었다. 서울지역을 벗어나면 방송을 하리라 믿고 그냥 타고 있었는데, 여전히 도착역을 말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옆에 앉은 아주머니께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안내방송이 없으면 내리는 곳을 알 수 없습니다. 도심역에 도착하면 알려 주십시오."라고 내가 정중히 부탁하자 "알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일행과 큰 소리로 대화에 열중이던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어머나 도심역이 지나 버렸네. 여기가 아신역이니까 내려서 반대편으로 가서 용산행을 다시 타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것이었다.
조금은 황당했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열차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용산행 전철을 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내방송을 하기는 하는데, 소리가 작아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유난히 그 구간은 터널도 많고 소음도 컸다. 오후 3시 경이라 승객들도 적었고 연로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목적지에 오기는 왔으나 40분 이상을 그냥 낭비하고 말았다.
전철역 밖으로 나와 버스를 환승하려 했으나 정류장에는 사람도 없고 도착버스 안내방송 서비스가 없었다. 요즘 어느 정류장에 가도 안내방송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데, 도심역 건너편 버스 정류장은 예외였다.
어쩔 수 없이 도착하는 버스 기사님들께 일일이 번호를 물어서 겨우 원하는 장소에 갈 수가 있었다.
"그정도 쯤이야 흔히 있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조금 불편하고 말지." 하며 지나쳐 버려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
▲ 몸집은 커도 말을 잘 못하는 중앙선 지하철. ⓒ유석영
그러나 이 같은 무관심과 불편한 환경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무척 힘겨운 삶으로 이어진다. 흔히 발생하는 작은 사고들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리면서 사회적 불안 요소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일반 시민의 인식개선에 앞서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사업 주체부터 의식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불편이 계속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차별이 심화되고, 사회 환경은 불신과 반목으로 이어진다.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전과 행복은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손쉽게 이용하면 비장애인이 더 편리하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강조하는 바이다. 돈 핑계나 인력 부족이라는 상투적인 언어로 상황을 비켜가면 온정은 실종되고 다툼이 많아질 것이다.
갖추어진 시스템을 무관심에 의해 그냥 방치하는 대중교통 사업 주체에게 부탁 하나를 드리고자 한다.
날을 따로 정하여 안대를 착용하고 직접 안내방송이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고, 휠체어를 이용하여 버스와 전철을 환승해 보기를 정중히 부탁한다. 그 후에 받은 느낌을 반영하여 사업을 운영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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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유석영 (binson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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