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전송 2014-12-23, 21:48:07
끝 지점 표시 미비…발 헛디뎌 다치기 일쑤
도시철 “예산 편성 근거 없고 관리 어렵다”
계단 첫단과 끝단의 구분이 모호한 지하철 계단.
주황색 논슬립을 설치한 서울의 한 지하철계단.
노인·저시력자들의 헛디딤을 방지하기 위한 계단 끝지점 표시가 법적 근거가 없어 설치가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오후 2시께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1번출구에서 60대 여성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조심조심 한걸음씩 디뎌 계단을 다 내려온 그는 “요즘에는 계단 구분이 잘 안돼 가끔씩 헛딛기도 한다”며 “눈이 침침해진 탓도 있고 계단이나 평지나 색이 비슷해 헷갈린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미적 측면과 관리 문제 등으로 단색(주로 회색)으로 된 계단이 많아지면서 구분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통상 계단 미끄럼 방지를 위한 논슬립(non-slip)을 계단색과 구분되는 황색이나 검은색으로 설치해 자연스레 헛디딤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시 등 저시력자와 시력 저하를 겪는 노인들이 계단의 끝부분에서 발을 잘못 디딜 경우 골절상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도시철도의 경우 일부 역을 제외하고는 계단 진입시 황색 점자블럭만 있을 뿐 계단 중간이나 끝에 별다른 표시가 없다. 시민들의 이용이 잦은 반월당역과 대구역, 명덕역의 외부 진입계단 일부에 설치돼 있을 뿐이다.
최근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가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이같은 문제의 개선을 위해 모든 지하철에 계단의 첫단과 끝단에 색깔이나 재질을 달리하는 논슬립 설치를 요청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김창연 부회장은 “저시력자 중에 한두번 계단을 헛딛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꼭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시민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조금만 신경쓰면 없어질 불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경우 매년 2~3개역에 미끄럼방지 논슬립을 설치하면서 계단의 첫단과 끝단에 명시성이 강한 색상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산과 사후 관리에 있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불편을 인정하지만 수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할 근거가 없고 관리문제가 있어 당장 전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재 설치된 것 역시 지하철 혼잡도를 감당키에는 내구성이 떨어져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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