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개념 아닌 구체적 정책 반영, 선례 남기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1-08 09:37:46
▲ 외국의 유니버설 디자인 환경 조성 적용 비율. ⓒ서인환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디자인 서울’의 슬로건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편의시설 설치에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있어 왔다.
지난 2012년 유니버설 디자인 국제포럼, 2013년 마을박람회에서 유니버설 체험 행사와 ‘제1회 유니버설 국제세미나, 지난해 제2회 유니버설 디자인 전시회 및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창기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주로 건국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계에서 주장되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서울시의 독특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적용되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을 뛰어넘는 설계를 하여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것보다 시멘트 포장을 하면서 홈을 파서 그 홈 안의 영역(존)을 인지하여 안전영역으로 설정해 시각장애인이 안전보행을 하라는 방식 등이 제안되어 설치되기도 했다. 또 점자블록의 노란색은 서울디자인의 경관을 해친다고 하여 검은색 점자블록을 도시에 설치하거나 돌다리 방식의 보도블록 설치로 시각장애인이 이것을 인식하여 점자블록을 대신하라는 방식도 있었다.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존재하는 규칙을 준수하여 공통의 약속을 지키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추구해야 하는데, 너무나 독창적 아이디어를 적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만들기 연구소에 용역,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중장기 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를 하였는데 지난해 2월 7일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보고서에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선거 직전에 유니버설 선언문을 만들어 발표하고, 중장기 계획과 더불어 유니버설 조례를 제정하여 선거에 활용하라는 제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법을 위반하라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연구를 하는 이가 선거를 돕는 입장에서 순수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었는데 서울시가 유니버설 디자인 중장기 계획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유니버설 디자인 서울 선언은 필요한 것이고, 조례 제정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서울시에 적용해 시의 품격을 올리고 이용에 있어 배제되는 사람이 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유니버설 디자인 서울 중장기 계획 연구보고서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재검토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새로운 추진에 있어 선행연구는 기본 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내에 유니버설 디자인 서울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고, 연내에 조례제정과 더불어 중장기 계획을 수정 보완하여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에서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니버설 중장기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는 비록 4개월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연구한 것이라고는 하나, 유니버설의 현황과 중장기계획, 조례제정 추진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 과업의 시대적 배경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환경이 존재하고 있으며,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 가구의 증가, 외국인 근로자 및 관광객의 증가 및 유니버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유니버설 산업의 대응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중심의 도시 구현을 위한 유니버설 다자인 사업계획과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의 범위로 하였는데,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비전으로는 인간의 존엄성, 평등한 사회지향, 사회참여의 지원으로 하였다.
핵심가치로는 인간중심사회, 차별 없는 사회,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디자인 원칙으로는 접근성, 안전성, 포괄성, 인지성, 단순성, 쾌적성을 제시하였다.
중장기 계획의 주요 내용으로는 유니버설 지원센터를 두고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한 유니버설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유니버설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초기에는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점차적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유니버설 적용 분야로는 도시, 건축, 정보, 홍보, 교육, 제품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은 10년 계획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되어 있으나, 2014년에 채택하지 못하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올해에 채택한다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로 되지 않을까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공간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은 장애물 없는 환경개선 사업의 예를 들어 73억원의 투입 예산을 미터로 나누어 본 결과 미터 당 600만원이 소요된다고 예상하였다.
공원의 경우 보라매공원 무장애 공간 조성사업 24억원의 예를 들면서 제곱미터 당 6000원이 소요되며, 건물의 경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 비용효과 분석에 관한 연구를 참고로 하여 제곱미터 당 약 9만원이 소요된다고 예상하였다.
이는 선례를 근거로 하여 한 예를 보편화된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상당한 오차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니버설 환경조성을 적용할 경우 초기에는 기존방식의 환경개선 비용보다 많이 들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비용이 절감되므로 조례를 제정하여 유니버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서울시의 경우 연간 300~700억원이 유니버설 디자인 비용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서울시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언할 경우, 반드시 이용자 중심의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전문가 중심이 되어서는 이용자 감수성은 떨어질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업자나 관계자들의 사업 확장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다음으로 가이드라인은 창의성을 해칠 수도 있고, 기존의 편의증진법을 초월하여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유니버설의 원칙과 체크리스트, 채점방식 등을 잘 정리하여 설계의 허가에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여야 한다.
늘 일본 등지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국제학술 대회를 가면, 언제 한국에서 외국 명사초청이 아닌 외국의 장애인을 포함한 방청객들을 모시고 행사를 해 볼 수 있을까 했는데, 곧 서울시에서 그러한 모습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외국의 많은 도시들이 유니버설 디자인 선언을 하고, 인권적 측면에서 누구나 이용 가능한 설계를 적용하고 있어 이제 한국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막연한 개념이 아닌 구체적 정책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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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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