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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보도블록이 누워서 말을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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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6264

 강승아 기자 
2015-02-02 [20:07:06] | 수정시간: 2015-02-04 [10:55:45] | 22면

 

 

 
        
'지하철 승강장 입구에/학교 앞 횡단보도에/엘리베이터 앞에/말이 누워 있다/-지하철 승강장이니 조심하세요/-오른쪽으로 가면 길을 건널 수 있답니다/-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여기로 오세요/노란색/따스한 말이/올록볼록 누워 있다/까만 안경 낀 아저씨/지팡이 끝으로/말을 듣고 있다.'('누워 있는 말')
 
때로 우리는 이 '누워 있는 말'을 무심하게 밟고 지나간다. 이 '올록볼록 한 말'이 시각장애인들에겐 절대 놓쳐선 안 될 '따뜻하고 소중한 말'이란 걸 잊은 채.
 
박선미(사진) 동시인이 이런 무심함을 일깨우는 따뜻한 동시집 '누워 있는 말'(청개구리·사진)을 내놨다. 시인은 "세 번째 집을 지어 세상에 내놓는데, 이 시집이 정말 '마음이 헐벗은 어린이들을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따뜻한 시선의 세 번째 동시집
일상 속 '소중한 존재'에 주목
"영혼 헐벗은 어린이 안고파"
 
시인의 따뜻한 눈길은 조손 가정 어린이의 외롭고 고단한 마음('얼음' '처음 알았다' '화산')에도, 로드킬 당한 아기 너구리에게도 짠하게 머문다.
 
'우리 가족/즐겁게 여행 가는데/고속도로 한가운데/너구리 한 마리/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중략)/아기 너구리 찾아 울고 있을/너구리 엄마가 떠올라/(…길 건너는 아기 너구리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자동차 보신 분을 찾습니다)/너구리 엄마 대신/현수막 걸어 주고 싶다.'('목격자를 찾습니다' 중)

나만 생각하는 삶이 아닌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는 시인의 고민과 반성은 동시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도 전한다. '우리 반은/감정 일기쓰기가 숙제이다/…(중략)/2014년 4월 16일 이후/내 일기 제목은/놀라다/걱정스럽다/안타깝다/답답하다/슬프다/불쌍하다/비참하다/어이없다/괘씸하다/원망스럽다/미안하다/./././하늘은 맑고/햇살은 따뜻한데도/내 일기 제목은/아직도/흐리다.'('아직도 흐림') 

노원호 동시인은 박 시인의 이 시집에 대해 '사람이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이며 참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시로 명쾌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할머니 손때 묻은/장롱을 내보내고/바닥에 남아 있는/자국을 보았다/시간이/서 있던 자리/돋아나는 그리움'('빈방')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집이지만 어쩐지 어른들에게 더 큰 위안을 준다. 알고 보면 '모든 도리는 하나'이고, 진심은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시인은 1999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됐다. 그의 동시 '지금은 공사 중'(6학년 1학기) '우리 엄마'(4학년 2학기)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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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203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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