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리초교 앞 전봇대·가로등 '통행 불편' 호소
2015년 03월 27일 금요일
시각장애우 A(40)씨는 요즘 분통이 터진다.
점자 보도블럭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전봇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방향을 틀면 이번엔 가로등이 앞길을 막는다. 그는 남인천세무서에서 성리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계속 이런 일을 겪는다.
인천도시공사가 도로구조 개선 공사를 하면서 점자 보도블럭·낮춤턱을 전봇대, 가로등과 함께 설치한 탓이다. 공사구간 430m 중 이처럼 시각장애우의 통행이 불편한 장소는 4곳이다.
A씨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도블럭이냐"며 "이렇게 엉망으로 설치할 거면 아예 없는 게 낫다"고 불평했다.
도시공사는 2012년 4월 남동구에 신청해 구월보금자리주택지구 도로구조 개선공사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도시공사는 올 연말 마무리를 목표로 현재 이 구역에서 도로확장, 보도블럭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공사가 시각장애우를 위한 유도 점자 보도블럭과 낮춤턱을 전봇대, 가로등과 겹치게 설치하면서 되레 이들의 통행만 더 불편한 상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장애우 기관 관계자들은 도시공사의 배려 없는 공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용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천지부 상임이사는 "통행이 불편한 점자 보도블럭을 뭐하러 설치하느냐"며 "세심한 배려와 효과 있는 시설물 설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조정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팀장도 "점자 보도블럭과 낮춤턱은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이들에겐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서 "시각장애우가 안전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게 시설물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 구월계획팀 관계자는 "횡단보도와 인도의 폭이 좁아 불가피하게 이렇게 했는데 잘못 판단했다"라며 "시각장애우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현장 시설물을 면밀히 검토해 다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양준호 인턴기자 peter030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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