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 가능토록 여건 만드는데 관심 기울여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4-01 14:08:09
▲ 국가나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이 독립보행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에이블뉴스DB
과거에는 흔히 장애인은 주위 사람 혹은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의 의존적인 개념은 자립 운동을 통한 자립생활의 개념의 도입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자립운동이 시작된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수년 동안 정착되면서 장애인의 사회자립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장애가 중할수록 타인으로 부터의 완벽한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장애인들은 타인의 간섭, 도움으로부터 자립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시각장애인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던 중에 미국의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주로 이동을 하는지 살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미국 시각장애인들은 이동을 할 때 독립보행을 한다. 미국의 시각장애단체(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 NFB)의 정기 모임이나 전체 집회를 여러 번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만난 대다수의 시각장애인들은 흰 지팡이를 이용하면서 보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활동보조인과 다니는 시각장애인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활동보조인과 다니면 훨씬 편하고 안전할 터인데 미국의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이 흰 지팡이 혹은 안내 견을 이용하여 독립보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각장애인의 자립정신으로 바라보면 혼자서 독립보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자립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흰 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구이다.
많은 시각장애인 기관이나 단체는 흰 지팡이를 시각장애를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궁극적인 사회적 자립을 의미하는 로고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독립보행은 시각장애 자립의 상징이며 사회자립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시각장애 단체나 기관은 독립보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를 들고 독립 보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한다.
사실 중증 시각장애인일수록 혼자서 어디로 이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온통 위험과 문젯거리들로 가득하다. 복잡한 시내의 인파, 불친절한 대중교통, 안전하지 못한 보행여건 등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시각장애인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들이며 편하고 안전한 방법 중에 하나인 활동보조인을 선택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시각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하는 것들이며,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에는 자립이 지연될 수도 있다.
그리고 외견상 드러나 보이는 장애물과 함께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를 들고 독립 보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다.
흰 지팡이를 들고 나가는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본인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며 흰 지팡이로 여기저기를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모습 그 자체를 시각장애인 스스로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시각장애인들이 독립 보행하는 것을 막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결국 이러한 외면적·내면적인 장애물을 극복해야하며 그럼으로써 궁극적인 자립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독립보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미국에서는 많은 시각장애 재활센터나 단체에서 독립보행을 위한 보행훈련을 실시한다.
보행지도사는 보행훈련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를 들고 길을 일직선으로 걸어가는 법, 횡단보도를 건너는 법, 건물의 입구를 찾는 법, 출입문의 손잡이를 찾는 법 등 독립보행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훈련하고 교육시킨다.
당연히 어둠 속에서 이러한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어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독립 보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행자에게 위험한 교통 환경, 시각장애인에게 불친절한 대중교통 환경, 스크린 도어의 미설치,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로 자립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많은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택시도 있고 기차 역내의 승무원을 호출해 도움을 얻기도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필자가 서울 시내를 다녀보면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지하철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하철 승무원을 호출하면 승무원이 길을 안내하거나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과거에 비해 사람들도 시각장애인이 보행을 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하며 시각장애인의 도움 요청에 정성껏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무시하거나 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다 신경 쓰고 산다면 독립보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외진 곳이나 촉박하게 가야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타인의 도움이 없어도 독립보행은 가능하다고 본다.
편의증진을 위해 설치하고 있는 스크린 도어나 점자유도블록은 모두 시각장애인의 독립보행을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편의시설을 이용해 독립보행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장애 철학과 관련하여 자립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독립보행은 자립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전통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사회자립을 상징하는 것이다.
국가나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이 독립보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편의시설, 보조기기, 특별교통수단, 사회적 인식 등을 개선해 나간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시각장애인들 역시 사회자립을 위해서는 독립보행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힘들지만 독립보행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장애수용이며 자립의 중요한 과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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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원선 (wonsuns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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