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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600m인도 걷는데 곳곳이 지뢰밭…힘겨운 ‘장애인 이동권’
편의증진센터
2015-04-28
6029

 기사입력 2015-04-21 11:07

 

[헤럴드 경제=서지혜ㆍ문재연 기자] “삐익~”

위험천만했다. 장우산을 지팡이 삼아 두 눈을 가리고 채 50m도 되지 않는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신호가 바뀌었음을 감지했다. 주어진 시간은 35초 남짓이었지만 눈을 가리고 건너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헤럴드경제 기자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눈을 가리고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초역으로 향하는 600m 가량의 도로를 걸었다. 

 

 매일 다니는 길인지라 ‘이쯤 되면 서초역이겠구나’하며 우산을 더듬어 점자블록을 찾았다. 하지만 점자블록은 뚝 끊겨 있었다. 겨우겨우 이곳 저곳을 짚어 지하철 역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이르니 이번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낭패였다. 에스컬레이터 입구 한가운데 설치된 기둥 때문에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한 것.

길을 건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큰 사거리를 지나기 위해선 일단 신호등이 없는 커브길을 지나 신호등이 있는 인도블록 위로 올라서야 했다. 사거리 신호등이 보도블록에서 바로 연결되지 않고 끊겨져 있다보니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결국 기자는 얼마 가지 못해 눈을 떴다. 서초경찰서에서 서초역까지의 거리는 600m정도에 불과했지만 기자는 200m간격으로 있는 차도와 끊어진 유도블록 때문에 취재를 진행하기 힘들었다. 도로에서 만난 40대 장애인 이모 씨는 “이 거리는 오랫동안 연습하고 외운 길이라 익숙하지만 길 중간에 점자블록이 끊기고 출퇴근 시간에는 화단 쪽으로 넘어질 뻔한 적도 많아 처음에는 무서웠다”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의 불편함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초역의 경우 출구는 6개지만 엘리베이터는 2대에 불과해 출퇴근시간 수요를 반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수서역은 출구가 12곳이나 됐지만 엘리베이터는 3대 뿐이었다.

전자휠체어를 이용하는 고모(72) 씨는 “엘리베이터 한대 탈 때 휠체어 한 대만 탑승할 수 있다”면서 “수서처럼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의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을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하철을 탄후에도 어려움은 끊이지 않았다. 지하철 3호선의 경우 ‘휠체어 전용칸’이 이용 차량마다 달라 휠체어 이용자는 전용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모(34) 씨는 “장애인 전용칸을 찾기 힘들어 그냥 일반칸에서 눈치를 보면서 이용한다”며 “장애인 전용칸도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39.8%로 이 중 61%는 버스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문희 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장애인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지하철 내부 환경도 배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편의시설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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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0421000601&md=20150421110739_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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