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볼라드 등 버젓이 / 부딪히고 넘어지기 일쑤 / 중간에 끊겨 방향 잃기도
최성은 | nesechoi@jjan.kr / 최종수정 : 2015.05.10 23:35:51
▲ 전주시 고사동 ‘걷고 싶은 거리’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표지판과 가로등에 막혀있다.
“시각장애인들 무릎을 보면 성한 사람이 없어요. 걸어서 밖에 돌아다니는건 엄두도 못냅니다.”
지난 8일 전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송모 씨(79·여·시각장애 2급)씨는 거리를 나서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20여년 전 시각장애를 갖게 됐다는 송 씨는 “외출 시에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어가며 다니는데 돌기둥(볼라드)이나 전봇대에 부딪히거나 도로가 푹 꺼진 곳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라며 “점자블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길잡이 역할을 위해 전주지역 인도에 깔려 있는 점자블록 대다수가 정작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거나 관리가 부실해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10일 오전 찾은 전주시 고사동의 ‘걷고 싶은 거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조명과 근처에 마련된 여러 즐길거리로 관광객과 시민의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유도하는 선형 점자블록 중간에 전봇대와 표지판 등이 설치돼 점자만 믿고 따라갔다간 충돌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전주시 완산구의 한 종합병원은 접수대까지 이어져야 할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겨 있어 병원을 찾은 시각장애인이 길을 잃고 헤멜 우려가 있었다. 덕진구에서도 인도 점자블록 구간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 방향으로 깔린 점자블록이 발견됐다.
이처럼 전주지역에 없는 것 보다 못한 점자블록이 곳곳에 깔려 있어 시각장애인을 위협하고 있다. 방향전환이나 정지, 장애물을 알리거나 직진 보행을 유도하는 점형·선형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지만 이렇듯 부실하게 설치·관리되고 있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등 관련 법으로 설치가 명시된 횡단보도나 공공시설 등에 점자블록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건물 유도 안내를 위한 접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31.6%(2만7014개)에 불과했다. 적절하게 설치된 경우는 이보다 낮은 26.9%(2만3046개)였다.
박현우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 부장은 “시각장애인의 실상을 모르는 일부 시공업자들이 임의대로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보여주기식 공사가 문제”라며 “전주 원도심권에는 점자블록이 거의 없고, 효자동 신시가지 일대에는 꽤 있지만 잘못 설치돼 이용이 어렵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노후로 파손되거나 방향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사를 해놓고 점차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북지역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1만197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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