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국립박물관 등 무장애 관광 실감…문체부, ‘열린 관광지’ 사업 박차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에 들어가본 사람이라면 ‘무장애 여행’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장애인 및 고령층,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가 없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여행을 가려면 큰 맘 먹고 가야 했던 관광 취약계층을 위해 유용한 정보와 추천 여행지까지 나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복궁과 창덕궁의 경우 전각의 문턱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 이동이 쉽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도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리하게 박물관으로 갈 수 있어 무장애를 실감할 수 있다. 박물관 내·외부 경사로도 편리하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도 상시 대기하고 있다. 또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전시물도 곳곳에 있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관광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스페인 몬세라트의 보행자 도로는 이동이 편리하게 돼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유명한 관광지에서도 관광 취약 계층을 위한 시설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은 인상적인 몇 곳을 소개할까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인 몬세라트는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델로 삼았다는 관광명소이다. 카탈루냐 인들이 죽기 전에 성지순례로 꼭 들른다는 곳인 만큼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도로의 턱이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보행자 구간의 경사로가 완만해서 유모차나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편리했다. 몬세라트 성당에서 유명한 검은 성모 마리아상은 2층에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진입이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런 경우를 대비해 직원이 상시 대기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같이 관광했던 아기 엄마도 유모차를 직원이 꼭대기까지 들어다 주어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만져볼 수 있었다.
몬세라트 성당에는 휠체어 리프트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다.
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계단이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전용 출입구의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입구는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어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카소 미술관의 대기실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장애인을 위한 배려시설은 피카소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었다. 피카소 미술간은 5개의 귀족 저택을 고딕양식으로 개조한 미술관인데, 저택들을 전시실로 만들 때 연결되는 입구의 턱을 없애고 경사로로 만들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던 대기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여러 명이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었다.
피카소 미술관의 승강기는 여러 대의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넓었다.
피카소 미술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을 초청하는데, 그날은 일반관광객의 인원을 제한해 초청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층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도 어찌나 넓던지 휠체어 한두 대만 들어가도 꽉 차는 일반 승강기와는 달랐다. 6대까지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의 승강기 두 대가 양쪽으로 나란히 있어 유모차, 노약자, 휠체어 이용자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산책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이동이 편리하도록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스페인 대부분의 성당 출입구에는 경사로를 설치해 놓았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의 경우,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정원 산책로를 평평하게 다져놓고 안내 표지판도 세워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일수록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 옆 98m 높이의 히랄다탑은 이슬람 사원의 첨탑으로, 탑 꼭대기에서 세비야 시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정사각형의 탑 내부는 계단이 없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오르막길로 이어져 있었다. 왕이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탑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길을 휠체어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까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높은 탑인데도 유모차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히랄다탑은 계단이 없고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길로 돼있어 유모차가 이동하기 편리하다.
스페인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도 외국 관광지 못지않게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와 시설은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어떤 곳은 우리나라보다 못한 곳도 있었다.
‘유로 자전거 나라’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박제경(32세) 씨는 “관광 선진국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관광복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배려하는 시선이 우선돼야 한다. 휠체어 타는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때 기다려주고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배려가 당연시되는 인식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광 소외계층을 위한 관광지 개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올해 장애인, 노인 또는 유아 동반가족도 이동의 불편이나 관광 활동의 제약 없이 관광할 수 있는 ‘2015 열린 관광지’ 사업을 새롭게 실시하고 있다. 매년 전국 관광지 또는 관광사업장 5곳을 선정해 2억 원 한도 내에서 장애물 없는 관광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올해에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경주 보문관광단지, 용인 한국민속촌, 대구 중구 근대골목,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통영 케이블카 등 6곳이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다.
관광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와 서비스 시설 확대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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